검은색 아크릴 패널에 진한 황금빛의 레터링

검은색 아크릴 패널에 진한 황금빛의 레터링 그리고 황금색 노브들과 양 옆의 손잡이, 약 10여년전 처음 일렉트로꼼빠니에(ElectroCompaniet) 앰프를 접했을 때 그 강렬한 인상에 온통 사용기와 정보들을 검색해보고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연신내까지 찾아가 한 쌍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들고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지만 프리앰프 EC-3와 파워앰프 AW-75의 구성이었던 듯 하다. 당시의 기기는 독특하게 한 개의 XLR케이블 대신 2개의 RCA 케이블을 이용해 밸런스 전송을 지원하였고 파워앰프의 경우에는 A Class 증폭으로 웬만한 변비 스피커들을 구동하는데 흔치 않던 대안으로 추천 받곤 했던 조합이었다.

일렉트로꼼빠니에의 제품들이 명기로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구동력 뿐 아니라 그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음색에 있었다. 많은 마니아들이 열광했던 질감 있고 굵직한 저역에 아름답고 독특한 울림이 있는 중고역이 ‘뽕 맞은 마크레빈슨’이라는 애칭까지 만들어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성향은 다양한 성향의 스피커들과 비교적 수월한 매칭의 장점이 있는데 구동이 어려운 밀도감 있는 스피커뿐 아니라 구동이 쉽고 소리가 날카로워지기 쉬운 밝은 경향의 스피커들도 안정적이고 잔향이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한동안 이 ‘뽕 맞은 마크레빈슨’은 필자의 리스닝 룸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 일렉트로꼼빠니에(ElectroCompaniet) ECI-3

음질 중심의 전통적인 포름

1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나게 된 과거의 모델명을 그대로 이어온 ECI-3 인티앰프도 전작들의 클래식하면서도 고혹적인 면면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었다.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노르웨이에서 하나하나 모두 인 하우스방식으로 제작되는 그 제작 방식만큼이나 내부 구성도 음질 중심의 전통적인 포름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오고 있었다. 깊게 눌러서 작동하는 버튼식 전원버튼이나 최근 대부분 앰프에서 디지털 볼륨을 탑재하는 것과 달리 내부에 아날로그 볼륨을 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의 전동 볼륨을 탑재해 볼륨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미세하게 들리는 모터의 돌아가는 소리도 고전적 감성을 가득 메운다. 예전엔 음질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꺼려지던 리모콘이지만 이렇게 전동볼륨을 채용하여 편의성과 음질을 모두 고려한 것은 전통적인 고집 속에서도 변화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려는 제조사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과거의 A급 증폭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진 않지만 동사의 전설적인 파워앰프인 네모(Nemo)에 쓰였던 일렉트꼼빠니에만의 독점적인 기술인 FTT(Floting Transformer Technology)는 현재까지 이어져 1옴 이하인 0.5옴의 부하까지도 안정적인 동작을 하여 어떤 스피커에 물리던 원래의 기량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담으로 FTT기술에 대해 궁금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국내 몇몇 자료들에서 언급하듯이 말 그대로 트랜스포머를 물리적으로 부양시키는 방식이 아닌 일종의 독특한 형식의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회로적으로 그라운드와 분리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유추된다. 이뿐만 아니라 DC 커플드 방식으로 커플링 콘덴서를 배제하여 더욱 원음에 가까운 신호 전달을 하며 높은 품질의 알프스(ALPS)사의 블루벨벳 아날로그 전동볼륨 도입 그리고 NFB를 최소화해 AB급 동작임에도 신호의 순도가 매우 높고 A급 특유의 온도감과 투명함이 엿보이는 최종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그 정보량이나 자연스러운 디테일이 이러한 물리적 특징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렉트로꼼빠니에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표방

시청은 샘에너지의 삼성동에 새로이 자리잡은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다. 시청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블랙 아크릴 패널의 일렉트로꼼빠니에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의 제품들과 같이 짝을 이룬다 하더라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은 일렉트로꼼빠니에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표방하고 있었다. 소스기는 동사의 EMC1 up CDP를 매칭하였으며 스피커는 피에가의 프리미엄 50.2로 준비가 되어있었다.

4개의 네비게이션 버튼은 위 아래의 볼륨 조절 버튼과 좌우의 셀렉터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볼륨은 중앙 로고 주위로 푸른색 LED를 움직여 볼륨의 위치를 표시하고 좌측의 창에는 역시 동일한 블루컬러의 인디게이터가 설정된 입력단을 알려준다. 과거의 제품들에서 보여지던 좌우 끝단에 위치하던 손잡이는 사라졌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적인 요소로 남겨두었으면 더욱 클래식한 외관을 완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면에는 1조의 XLR 입력단과 14개의 RCA입력단 그리고 추가적으로 파워앰프를 추가하여 바이앰핑을 하기 위한 앰프의 프리부를 거치는 RCA와 XLR 출력단 1조가 위치하고 있다. 우측의 파워인렛과 출력단 사이에는 스피커 터미널 1조가 자리잡고 있는데 가격대에 비하면 다소 소박해 보이는 외관이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투명함을 바탕으로
좀 더 글래머러스하고 풍성한 표현력과 다소 따듯한 온도감

ECI-3의 소리를 처음 들으면 얼핏 진공관 앰프에서 느꼈던 온도감 이라던지 하모닉스 등이 떠오른다. 일렉트로꼼빠니에의 전작들 보다 더욱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흡사 네임(Naim)의 최신 인티앰프인 Nait XS2가 떠오르는 투명함을 바탕으로 중역대에서 좀 더 글래머러스 한 풍성한 표현력과 다소 따듯한 온도감이 느껴진다. 저역의 핸들링 역시 좀 더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무게 중심이 저역 쪽에 치우친 묵직하고 둔탁한 느낌은 없다. 사운드의 스피드는 조급한 느낌보다는 나긋나긋하게 느껴지며 무대는 공간의 여백을 드러내기 보다는 홀톤으로 시청공간이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전자가 마치 3D로 만들어진 선명한 컴퓨터의 이미지를 보는 느낌이라면 좀 더 원래의 풍경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Tutti – Mozart: Piano Concerto No.21 in C, K. 467 : Andante

피아노의 터치가 섬세하면서도 배음이 풍부하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마치 진공관 앰프로 듣는듯한 배음과 기음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소위 쿨 앤 클리어 사운드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 두텁거나 얇지 않게 악기 고유의 느낌을 표현해 바이올린의 보잉에서도 너무 날이 서있지 않은 풍부한 표현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악기들이 따로따로 연주해서 합쳐놓은 느낌이 아닌 연주자끼리 서로 눈빛교환을 하며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듯 한 느낌으로 어울림이 좋은데 풍부한 정보량이 바탕이되어 진공관과 TR앰프의 장점을 절묘하게 합쳐놓은 듯 한 느낌이다.

Tutti – Mo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 The Hut Of Baba Yaga, The Great Gate At Kiev

ECI-3를 극한까지 밀어 붙여 보기로 생각하고 본 곡을 재생해 보았다. 어느 정도는 인티앰프라는 그레이드의 한계를 인식하고 청음에 임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몸으로 느껴지는 낮은 저역대의 그르렁거리는 표현까지 무리 없이 나와주는 것으로 보아 웬만한 인티앰프의 구동력을 상회하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다만 총주시 약간의 다이내믹스가 조금 더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인티앰프임을 감안했을 때는 이정도 음색에 만족할만한 다이내믹스를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분리형이 아니면 충족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인 톤은 약간의 온기를 머금고 있으며 고역이 어둡거나 롤오프 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또한 The Great Gate At Kiev의 초반의 총주 부분의 저역에서도 우퍼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컨트롤을 해가는 모습은 0.5옴까지도 지원하는 FTT의 이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Cheryl Bentyne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어느 정도 기기에 대한 파악이 끝나 기기에 어울릴만한 재즈 여성 보컬을 들어보기로 했다. 중후한 중역의 느낌이 재즈와 만나니 마치 진한 다크 초콜릿을 입에 머금은 듯 피에가 프리미엄 50.2에서 금세 어두우면서도 눅눅한 분위기를 표현해낸다. 더불어 스피커의 특성 때문인 듯 한데 고역의 하이햇이나 마라카스(일명 쉐이커)의 느낌이 단백 하면서도 잘게 부서지는 입자감이 오디오적인 쾌감을 배가 시킨다. 반면 보컬의 목소리는 이와 대비되며 농염하고 진득이 표현되며 낮게 깔리는 더블 베이스가 가세해 고역부터 저역까지 빈틈 없이 꽉 찬 사운드에 한동안 트랙을 계속 들으며 감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미세 신호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세밀함과 풍부한 표현

개인적으로 구 모델을 접해보고 이번에 신형 모델을 접해보면서 느꼈던 것은 비록 구형에서 채용했던 A클래스 증폭을 버렸다 하더라도 세월만큼이나 발전된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0.5옴까지 대응하는 구동력은 다소 버겁게 생각되는 스피커와의 조합에서도 안정적으로 자신의 표현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고 이는 분명히 다른 인티앰프에서 기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퍼포먼스이다. 더불어 중역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음색은 최근의 스피커 경향인 다소 밝고 해상도 있는 성향과 매칭 시 미세 신호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세밀함과 풍부한 표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Specifications

Preamplifier section

Nominal Input impedance 330 kohm
Max. input level > 10 Volt RMS
Equivalent input noise < 4 µV
Input sensitivity for rated output(single) 0.6 V
Input sensitivity for rated output(balanced) 0.3 V

Amplifier section
Output Impedance(20 Hz - 20 kHz) < 0.01 ohms
Max. peak current > 60 A
THD(measured at 1 kHz half power, 8W) < 0.005%
THD(measured at 1 kHz -1 dB 8 W) < 0.006 %

Rated output power
8 ohms 2 x 70 W
4 ohms 2 x 120 W
2 ohms 2 x 160 W

Power consumption(no load or signal) 70 W

Dimensions
Width 483 mm / 19 inches
Depth 410 mm / 16.1 inches
Height 115 mm / 4.5 inches
Weight 12Kg / 26.4 lbs

수입원​ 샘에너지 / http://www.saemenergy.co.kr / 02-3271-7502~3
가격​ 4,29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