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 오디오와 댄서 시리즈
지난 2004년 미국에서는 ‘갑자기’ 한 스피커 브랜드가 뜨기 시작했다. 어셔 오디오(Usher Audio Technology)라는 대만 브랜드로, 한 해 전인 2003년부터 미국 GR리서치가 최고급 부품을 활용해 네트워크 튜닝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MTM 유닛 설계의 대가 조셉 다폴리토 박사가 어셔 오디오의 기술고문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디오파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시기 이름을 알린 어셔 오디오 스피커는 CP-8871, CP-8571, X-929, X-719, S-520, CP-6311 등인데, 2웨이 2유닛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CP-6311은 2005년 미국 앱솔루트 사운드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인 X-719나 S-520은 겉모습만 보면 소너스파베르 스피커로 착각할 만큼 볼륨감을 듬뿍 살린 유려한 디자인이 압권이다.

그러나 어셔 오디오라는 이름을 국내외에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2007년 런칭한 댄서(Dancer) 시리즈의 첫 모델 BE-718 덕분이었다. 모델명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베릴륨(Berylium) 트위터를 쓴 스탠드 마운트 BE-718은 작은 크기에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사운드로 ‘작은 거인’ 혹은 ‘타이니 댄서’(Tiny Dancer)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 같은 BE-718의 인기는 이후에 나온 3웨이 플로어 스탠더 BE-20이나 BE-10으로도 이어졌다. 이들 모델은 트위터뿐만 아니라 5인치 미드레인지의 역돔 진동판에도 베릴륨을 썼다. 참고로 프랑스 포칼이 플래그십 유토피아 시리즈에 처음으로 베릴륨 역돔 트위터를 채택한 것은 2002년 2세대 유토피아 BE 시리즈부터다.
2012년에는 BE-20 Diamond, BE-10 Diamond, BE-718 Diamond가 등장했다. 어셔 오디오가 직접 만든 1.25인치 DMD(Diamond Metal Diamond)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장착한 업그레이드 모델들이었다. 참고로 B&W 800 시리즈가 전 모델에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쓴 것은 2010년 800 D2 시리즈 때부터다. 어쨌든 어셔의 기존 CP-8871, CP-8571, C-777 등도 이 시기 모두 DMD 다이아몬드 트위터 버전으로 바뀌었다.

왼쪽부터 TD-20, TD-10
어셔 오디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댄서 시리즈의 상위 모델들로 TD-20과 이번 시청기인 TD-10을 출범시킨 것이다. 플로어 스탠더 TD-20과 TD-10은 각각 BE-20 Diamond와 BE-10 Diamond 후속으로, 이번에는 트위터는 물론 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까지 DMD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썼다. 이처럼 스피커 1조당 다이아몬드 유닛을 4개나 투입한 스피커, 흔치 않다.
어셔 오디오의 주요 스피커 연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S는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 어셔 오디오는 1972년에 대만에서 설립돼 2000년대 초까지는 주로 단품 드라이버 유닛 제작이나 OEM 생산을 해왔다. ‘어셔’(Usher)라는 이름은 설립자 차이 리엔수이(Tsai Lien-Shui)의 애칭 아슈에이(Azuei)에서 따왔다.
- 2003 : CP-8871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 8인치 우퍼 x2
- 2003 : CP-8571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 8인치 우퍼
- 2003 : CP-777 (S)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 2(MTM)
- 2004 : X-929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2(MTM)
- 2004 : X-719 (S)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05 : S-520 (S) : 실크 트위터, 5인치 미드우퍼
- 2005 : CP-6381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 8인치 우퍼
- 2005 : CP-6371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2
- 2005 : CP-6311 : 실크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07 : BE-20 : 베릴륨 트위터, 5인치 베릴륨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x2
- 2007 : BE-10 : 베릴륨 트위터, 5인치 베릴륨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 2007 : BE-718 ‘Tiny Dancer’ (S) : 베릴륨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09 : Dancer Mini Two : 베릴륨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2(MTM)
- 2009 : Dancer Mini One : 베릴륨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12 : CP-8871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 8인치 우퍼 x2
- 2012 : CP-8571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 8인치 우퍼
- 2012 : CP-777 Diamond (S)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 2(MTM)
- 2012 : BE-20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베릴륨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x2
- 2012 : BE-10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베릴륨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 2012 : BE-718 Diamond (S)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12 : Dancer Mini Two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x2(MTM)
- 2012 : Dancer Mini One Diamond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14 : Dancer Mini-X Diamond (S) : 다이아몬드 트위터, 7인치 미드우퍼
- 2019 : TD-20 :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다이아몬드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x2
- 2019 : TD-10 :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다이아몬드 미드, 11인치 에톤 우퍼
- 2021 : ML-802 : 마그네슘 트위터, 5인치 마그네슘 미드, 8인치 우퍼 x2
- 2021 : ML-801 : 마그네슘 트위터, 5인치 마그네슘 미드, 8인치 우퍼
- 2021 : SD-500 (S) :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미드우퍼
TD-10 본격탐구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처음 본 TD-10의 첫인상은 덩치가 무척 크고 타임 얼라인먼트를 위한 배플 경사가 생각 이상으로 급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가로폭이 37cm, 키가 118cm이고 안길이가 73cm나 된다. 무게는 개당 70kg. 생각보다 가벼운(?) 것은 인클로저 재질이 MDF이기 때문이다. 마감은 마다가스카르 에보니(Madagascar Ebony)와 자작나무(birch) 무늬목 위에 피아노 래커로 했다.

TD-10은 기본적으로 3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전면을 보면 위부터 1.2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5인치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 11인치 독일 에톤(Eton) 우퍼가 차례대로 장착됐다. 이들의 다이아몬드 유닛 이름 앞에 DMD(Diamond Metal Diamond)가 붙는 것은 가운데에 메탈 코어를 두고 얇은 다이아몬드 박을 샌드위치 식으로 붙였기 때문이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에 2개가 나 있다.

저음을 책임지는 에톤 우퍼는 11-584 헥사콘(Hexacone) 유닛이다. 벌집 모양의 허니콤 코어를 사이에 두고 케블라(Kevlar)가 감싼 유닛으로, 이전 BE-10 Diamond 모델에도 똑같은 유닛을 썼었다. 현행 모델 중에서는 상위 모델인 TD-20과 플래그십인 그랜드 타워(Grand Tower)에 각각 2개씩 투입됐다.
TD-10 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8옴(TD-20은 4옴), 감도는 89dB, 주파수응답 특성은 -3dB 기준 24Hz~40kHz에 달한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80Hz, 3.5kHz. 역시 5인치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의 수비 범위가 아주 넓다. 40kHz까지 플랫하게 뻗는 것은 당연히 1.2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 덕분이다.

끝으로 후면을 보면 하단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 플레이트에 ‘Compass’(컴퍼스)와 ‘Special Edition’(스페셜 에디션)이라고 표기가 돼 있다. 컴퍼스는 이미 2003년 CP 시리즈가 나왔을 때부터 사용했던 시리즈 이름인데 이후 댄서 시리즈 스피커에도 혼용돼 쓰고 있다. 스페셜 에디션은 네트워크 부품에 미국 VH오디오의 레퍼런스급 커패시터를 쓰고, 은 재질의 WBT 바인딩포스트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시청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이뤄진 TD-10 시청에는 MSB 프리미어 DAC, 클라세 Delta Pre 프리앰프와 Mono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했다. 델타 모노 파워앰프는 8옴에서 300W, 4옴에서 600W를 낸다. 스피커 케이블과 점퍼 케이블은 텔루륨 Q의 블랙 다이아몬드와 스테이트먼트를 썼다.

Norman Del Mar, An East Suffolk Children's Orchestra, English Chamber Orchestra - Noye, Noye, take thou thy company
Britten : Noye's Fludde, The Golden Vanity
첫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어이쿠’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 목소리가 시청실 저 안쪽 끝에서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또렷하고 분명하게 들리는 것은 SN비와 콘트라스트, 해상력이 받쳐준 덕이다. 오른쪽 스피커 앞에 등장한 테너와 무대 이쪽저쪽에 들리는 어린이 합창단원들도 눈길을 끄는데, 가로폭이 이처럼 넓은 스피커가 이토록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와 선명한 이미지를 과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변성기가 오지 않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맑은 샘 솟 듯하는 것, 트라이앵글에서 광채가 나는 듯한 것은 다이아몬드 유닛들 덕분이다. 섬세하면서도 기세를 놓치지 않는, 진국 같은 스피커다. 음색 한구석에서는 약간 빈티지한 맛도 느껴지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매우 현대적인 결도 느껴진다.

Jack Johnson - Staple It Together
In Between Dreams
11인치 애톤 우퍼에서 나오는 저음은 풍성하되 펑퍼짐하지는 않다. 맞다. 전체적으로 음의 윤곽선에 색 번짐이 없다. 드럼 심벌즈에서는 차가운 메탈의 촉감이 생생해서 그 비릿한 쇠 냄새가 필자 쪽으로 풍겨오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보컬의 목소리에서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무대 한가운데에 음상을 모으는 능력도 대단한데 이는 시청에 동원한 텔루륨 Q 스피커 케이블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밖에 이 곡을 들으면서 TD-10이 스피드가 무척 빠른 스피커라고 느꼈는데 어느 한순간에도 음들이 주저하거나 머뭇거림 없이 뛰쳐나오는 모습이 대단했다. 5인치 DMD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40kHz까지 플랫하게 뻗는 DMD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마치 슈퍼 트위터처럼 저역의 해상력까지 개선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Michael Stern, Kansas City Symphony - Saint-Saens: Symphony No.3
Saint-Saens Organ Symphony
파이프오르간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저음이 시청실을 가득 메운다. 이 고급스러운 음의 감촉과 쏟아지는 듯한 무수한 배음은 아무 스피커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아니시모 파트에서는 맑은 호수의 수면처럼 SN비는 높고 무대는 투명하다. 현재 델타 프리파워도 선전을 하고 있지만 만약 좀 더 하이엔드 성향의 프리파워와 매칭한다면 보다 극한의 사운드를 TD-10에서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들어보면, 역시 무대가 깊고 어느 음 하나라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다. 또렷이 맺히는 이미징도 장점인데 이는 배플을 경사지게 설계한 타임 얼라인먼트 덕으로 보인다.

Anne-Sofie Von Otter - Baby Plays Around
For The Stars
마치 거품 목욕을 하는 것처럼 음의 입자감이 곱고 부드럽다. 오터의 목소리에서는 여느 때보다 온기가 가득하고 배음이 충만하다. 숨결 하나하나가 스냅사진처럼 찍히는 것 같다. 들을수록 TD-10은 따뜻한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다. 오터의 날숨이 필자의 마스크를 뚫고 훅 들어온다고 느꼈을 정도다. 콜레기움 보칼레의 바흐 B 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에서는 원호를 그려가면서 확장되는 합창단원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더 이상 넓어지지는 않겠지, 싶으면 또 왼쪽에서 더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소프라노 파트가 등장하다. 사실 처음에는 2개의 중고역 다이아몬드 유닛과 11인치 케블라 우퍼의 밸런스가 살짝 염려됐지만 모든 게 기우였다. TD-10은 광대역에 걸쳐 밸런스를 마음껏 과시했다.
총평
사실, 아주 예전 오디오 잡지를 보며 ‘이 스피커가 집에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짝사랑을 했던 것이 어셔의 컴퍼스 X-719였다. 우드 스탠드 위에 올려진 이 스피커, 특히 종이찰흙 느낌 물씬 나는 7인치 카본/페이퍼 우퍼에서는 언제라도 농염한 사운드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인연이 닿아 이번에 리뷰까지 하게 된 TD-10은 어셔 오디오의 저력을 맛보기에 충분했다. 2개의 다이아몬드 중고역 유닛에서 나온 플랫하고 섬세하며 고운 소리, 촘촘한 데다 따뜻하기까지 저역의 포만감은 요즘 현대 스피커와는 그 결이 사뭇 달랐다. 해상력과 SN비라는 현대 스피커의 위대한 덕목을 갖췄으면서도, 어느 한 쪽에서는 대구경 우퍼를 장착한 빈티지 스피커의 푸근한 소릿결과 잘 익은 와인 향이 가득 풍겼다. TD-10은 아직 들려줄 것이 많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
3-way system |
Diamond DMD dome tweeter 1.25" ,
Diamond DMD dome midrange 5" (0541D),
woofer 11" (ETON 11-584) |
sensitivity |
89 dB @ 1 watt / 1m |
nominal impedance |
8 ohms |
frequency response (-3 dB) |
24 Hz ~ 40 kHz |
power handling |
180 watts |
crossover frequencies |
380Hz, 3.5 kHz |
weight |
70 kgs (including base) |
dimensions (w x d x h) |
37 cm x 73 cm x 118 cm |
출처 : 하이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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