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해안과 뜨거운 햇살, 삼바는 누가 뭐래도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이다. 하지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삼바와는 다른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빠른 삼바 리듬을 단순화시켰고 리듬과 템포를 바꾸었다. 강력한 비트는 강세를 낮추고 속도를 낮추어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노래하고 춤추던 삼바 음악을 변형한 그의 음악은 개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조용조용 읊조리는 음악이 되었다. 보사노바의 신으로 불린 주앙 질베르토는 이를 더욱 구체화시켰고 스탄 게츠와 함께 보사노바의 신약성서로 불리우는 [Get/Gilberto]를 남겼다. 삼바에 기반을 두었지만 그 배경을 축제가 아닌 개인적 공간으로 옮겨왔고 경박한 리듬이 아니라 우아하면서 세련된 화음으로 둔갑시켰다. 여기에 조빔이 즐겨듣던 샹송은 물론 프렌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라벨, 드뷔시의 음악이 투영되어 보사노바는 전 세계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보사노바가 국경 너머 쿨 재즈와 결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톨의 오디오를 보면 마치 보사노바가 배경음악으로 깔릴 듯한 따스한 해변 또는 ATOLL 이라는 단어의 뜻인 산호섬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예전에 접했던 IN20 인티앰프의 ATOLL 심볼은 영/미권의 디자인과는 너무나 다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ATOLL 의 O 는 오목하게 패여 있어 마치 섬을 형상화한 듯 했고 이번에 리뷰하게 된 IN30와 CD30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요란하게 들썩이며 폭발하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기보다는 개인의 공간에서 홀로 음악을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과거엔 뮤지컬 피델리티의 A1(X)나 오라 VA100 같은 앰프가 떠오르는 건 단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 아톨(Atoll) IN30 인티앰프(아래)와 CD30 CD플레이어(위)

1997년 스테판 듀뷔렐과 엠마누엘 듀뷔렐 형제가 설립한 아톨 일렉트로닉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메이커로 꽤 오랫동안 꿋꿋하게 오디오 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라면 오디오에어로나 YBA 등이 생각나며 어드밴스 어쿠스틱 등도 생각난다. 물론 포컬이라는, 이 쪽 계통에서의 대기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아톨은 거대한 규모와 여러 분야에 걸친 사업 확대를 꾀하기보다는 온전히 하이파이와 약간의 홈시어터 관련 장비만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 중간에 종종 보이는 어드밴스 어쿠스틱처럼 대량생산, 대량 유통으로 사업규모를 키울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품질 때문이다. 많은 중, 저가 오디오들 또는 제법 규모가 있는 하이파이 메이커도 중국에 OEM을 맡기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중국의 여러 에이커들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가격 대비 엄청난 성능을 구가하는 기기들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에 비해 프랑스 자국 내 생산을 고집하며 마치 십년 전에 디자인한 듯한 고풍스러운 모습을 한 아톨을 보면 혹자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타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오디오기기는 오래 곁에 두고 사용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화려한 겉모습, 내부엔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온갖 커패시터와 저항, OP앰프, 트랜스포머 등, 이런 것들이 음질을 보장하진 않는다. 무게가 무겁고 튼튼하게 생겼고 묵직하게 생긴 만듦새로 음질을 예단하던 과거의 케케묵은 논리는 현대 하이파이에서는 무지의 소치다. 심플한 디자인과 간결한 신호 전송 경로, 최소한의 고 퀄리티 부품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제품이 오히려 음질적인 순도가 높을 확률이 많다. 어찌 보면 아톨은 그런 류의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천천히 발전시켜나가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아톨의 IN30 인티앰프와 CD30 시디플레이어는 아톨의 엔트리급 제품군 조합이다. 처음 보았을 때 마치 과거 뮤지컬 피델리티의 슬림한 A클래스 인티앰프나 아캄, 미리어드, 크릭 등이 생각났다. 슬림하고 날렵한 섀시 디자인과 간편한 인터페이스, 요즘처럼 DAC 나 튜너 등 온갖 기능들을 추가한 트렌드 제품이 아니라 오로지 앰프면 앰프, 시디피면 시디피 기능만 구사하는 심플함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성능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제품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는 제품이 난무하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에 비하면 아톨의 IN30과 CD30 은 그저 책상 맡에서 한여름 보사노바와 재즈를 맛깔나게 재생해주는 밀레니엄 전후의 오서독스 매력 넘치는 오디오를 떠올리게 한다.

IN30 인티앰프부터 살펴보면 무광 금속 섀시에 여러 버튼들이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다. 번쩍번쩍 빛나는 요즘 오디오 디자인과는 대조적인 평면적이 모습이다. 중앙엔 마치 산호섬을 위에서 본 듯 동그란 원형을 그리며 LED 가 둘러서 있다. 리모콘 볼륨을 올리면 좌측 하단부터 LED 가 하나씩 켜지며 볼륨 수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우측으로 늘어선 LED 는 AUX, CD, TUNER, DVD, TAPE/BYPASS 등 총 다섯 개 RCA 입력의 선택 상황을 알려준다. 헤드폰 출력과 미디어 플레이어 연결을 위한 3.5mm 잭 연결단도 전면에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후면에는 RCA 아날로그 입력단 외에 우측으로 싱글 와이어링에 대응하는 스피커 출력단이 좌/우 한 조씩 마련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 또한 겉모습처럼 간결하다. 170VA 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가 한 개 사용되었고 그 반대편으로 정류단과 출력단이 설계된 PCB 보드가 전부다. 커패시터 뱅크는 20,000uF 용량으로 설계했으며 출력단엔 MOS-FET 출력석을 사용한 모습이 보인다. 아주 간결한 회로에 전원부 용량이 그리 크지 않은 라이트급 인티앰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질적인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설계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의 전원/출력단 설계임에도 정류단과 출력단 모두 좌/우 채널별로 구분해서 설계해놓았고 무엇보다 출력석은 MOS-FET 이다.

MOS-FET 은 현재도 패스랩스(PASS Labs)같은 메이커에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트랜지스터 소자 중 하나다. 패스랩스는 효율이 좋은 최신 소자를 마다하고 MOS-FET을 음질이 뛰어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 천만원대 하이엔드 앰프에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MOS-FET 이 가지는 음질적인 장점은 독보적이며 오히려 과거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출력은 고작 50와트(8옴), 싱글엔디드 푸시풀 증폭의 패스의 앰프나 파라비치니가 설계에 참여한 오라 VA100 또는 A1X 같은 저출력 솔리드스테이트가 연상되는 컨셉이다.

CD30 은 전통적인 시디피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것이 있다면 후면에 USB 메모리 등을 연결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메커니즘은 일본 TEAC 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탑재했으며 CD, CD-R, CD-RW 등에 모두 대응하는 것은 물론 CD Text 기능을 지원한다. DA 컨버팅은 Wolfson 의 24bit/192kHz 대응 WM8729 칩셋이 담당한다. 모든 아날로그단은 디스크리트 설계로 앰프와 마찬가지로 여러 다양한 기능보다는 음질에 치중한 심플한 설계를 취하고 있다. 출력은 2,5 VRMS 로 보편적인 레벨이며 디스토션은 1kHz에서 CD 의 경우 0.005%, USB 는 0.03% 로 격차가 존재하며 SN비 또한 CD가 105dB 로 USB에 비해 10dB 정도 더 우월하다.

따라서 음질 위주의 감상은 CD로 감상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애초에 CD 재생이 메인인 모델이다. 출력은 RCA 한 조만을 지원하며 S/PDIF 코엑셜 출력이 한 개 구비되어 있다. 최근 트렌드가 음원 재생이지만 여전히 많은 CD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에게 트랜스포트의 필요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CD30은 그런 유저들에게 트랜스포트로만 사용할 수도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리뷰한 하베스 모니터 30.1은 기존 모니터 시리즈와 달리 유연한 중, 저역 구간과 의심의 여지없이 탁월한 토널 밸런스가 압도적이었다. 당시 매칭했던 스텔로 AI700U 나 코플랜드 CTA-405 에서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들어본 아톨의 소리는 하베스의 또 다른 매력을 이끌어냈다. 대개 어떤 특정 스피커에 어떤 매칭이 좋은가에 대한 얘기들이 많지만 사실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사용자 몫이며 취향에 근거하는 편이 많다. 만일 하베스를 좀 더 예쁘고 달콤한 소리로 즐기고 싶다면 아톨은 그 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도 좋다.

먼저 잉거 마리(Inger Marie)의 [Make This Moment] 의 여러 스탠다드 보컬 레코딩을 들어본다. 보컬과 피아노 사운의 토널 밸런스는 약간 위쪽으로 기울어져있어 산뜻하고 밝은 인상이다. 아무래도 아톨 엔트리 급이기에 묵직한 중, 저역보다는 상쾌한 중, 고역 위주의 사운드다. 하지만 고역이 개​방감 넘치면서도 귀를 찌르는 느낌은 없이 해맑다. 개방감이 좋고 달콤한 고역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어느 레코딩이든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하베스 모니터 30.1의 투명하면서 멜로우한 중역 대역을 헤치지 않으며 탄탄한 표면 질감을 보여준다. 하베스 고유의 밀도 높은 중역과 아톨 고유의 촉촉하고 맑은 중, 고역 특성이 어우러져 마치 해맑은 소녀의 미소 같은 화사한 중, 고역을 연출한다. 그만큼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Jazz At The Pawnshop] 의 ‘High Life'에서 들려오는 타악 사운드의 무대에 잔잔하고 생생한 홀톤을 만든다. 놀라운 것은 오히려 상급 아톨 앰프들보다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날렵하다. 광대역 특성은 아니지만 청감 상 들리는 모든 대역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귀에 착착 감기는 흡입력이 뛰어나다. 거세게 몰아치는 스케일과 슬램한 저역보다는 아기자기한 무대와 오밀조밀한 이미징의 악기들이 고유의 음색 에센스를 간결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뿜어낸다. Arne Domnérus 의 알토 섹소폰의 배음이 80여석 규모의 홀을 울리는 모습에선 작은 소극장을 연상시킨다. 특히 Lars Erstrand 의 비브라폰은 아톨의 증폭 특성이 상당히 투명하며 풍부한 배음을 표현해준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알려준다.

사실 하베스 모니터 30.1을 풀 바디로 구동하기엔 약간 모자라다. 같은 하베스라면 오히려 P3ESR 이 안성맞춤이라고 판단된다. 어쨌든 저역 드라이빙에 관한 부분만 잘 매칭된다면 아톨의 우아한 홀톤과 함께 풍부한 하모닉스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앰프와 시디피 조합이다. 리듬, 페이스 & 타이밍이 특히 뛰어나 현장의 생동감과 싱싱한 고역이 큰 장점이다. 특히 Arne Domnérus 의 알토 섹소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하모닉스 표현은 MOS-FET을 사용한 것이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허비 행콕의 'The eye of the hurricane'을 들어보면 허비 행콕의 피아노보다 프레디 허버드의 트램펫과 조지 콜맨의 테너 섹소폰 표현이 남다르다. 복잡한 화성구조와 함께 풍부하면서 변칙적인 배음을 만들어내는 혼 세션은 팽팽한 다이내믹 위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터플레이로 꿈틀댄다.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 윤기를 담아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바다 위에 꿋꿋이 자리 잡은 산호섬처럼 아톨은 값싼 노동력을 통해 대량 생산 체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최초에 생각했던 프랑스 자국 제작을 고집하며 한 땀 한 땀 수공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내부 설계 또한 최신 트렌드의 다양한 기능을 마다하고 고전적인 형식을 뚝심 있게 견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IAG 등 대형 공장들을 통해 제품들이 대거 양산되면서 기존 메이커의 변화가 뚜렷하게 포착된다. 소규모 하이파이 메이커지만 독특한 설계와 음질적인 컬러를 가진 개성 만점의 기기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 아톨의 기기들, 특히 앰프의 존재는 마추칠 때마다 변치 않는 매력이 요즘 들어 오히려 더욱 돋보인다. 아톨은 화려한 축제와 광장의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 즐기는 삼바가 아닌 고독한 개인의 공간에서 읇조리는 수수한 톤의 보사노바를 듣고 싶게 만든다. 드비쉬와 라벨에서 영감받은 보사노바처럼 아톨은 프랑스식 인상주의를 완성해가고 있다.





IN30 Specifications

- 2 X 50 Watts into 8 ohm, 2 X 70 Watts into 4 ohm
- Symetrical output stages with fully discreet components
- 170 VA Toroidal Transformer
- VA meters, defeatable
- 4 inputs - CD, Tuner, DVD, Aux
- 1 front paner 3.5 inch input jack
- Headphone amp built in, 3.5" input jack
- 1 Preamp output
- Protection circuits not interfereing with the audio quality
- Excellent sound quality, control and dynamics
- Atoll global erogonomic remote control included
- 수입원 : 샘에너지 / www.saemenergy.co.kr / 02-3271-7502~3
- 가격 : 820,000원


CD30 Specifications

- TEAC Pure Audio CD Drive with Text
- Wolfson DAC WM8729, conversion 24/192 kHz
- Symetrical & Discreet output stage
- USB input host for MP3 playback
- CD, CD-R, CD-RW, MP3, CD text display
- 105 dB SN ratio, 2.5 V output
- Separate power supplies for DAC and output stage
- Optional FM tuner with 60 presets and scan
- Excellent sound quality, control and dynamics
- Atoll global erogonomic remote control included
- 수입원 : 샘에너지 / www.saemenergy.co.kr / 02-6959-3813
- 가격 : 89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