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1인당 국민소득에 대한 뉴스를 접했는데 그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인간의 행복 조건의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지만 아주 중요한 지표였기에 눈여겨보았는데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부르는 미국, 일본 등은 10위권 밖이고 우리나라는 저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 중 노르웨이,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의 강세는 상당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승자독식 체제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 같은 나라는 전 세계 최대 기업들이 몇 개씩 있더라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유럽 여러 나라들의 기업문화와 기술 수준을 보면 굉장히 놀랍다. 단순히 양적인 팽창이 아닌 퀼리티와 독보적인 창조력을 보며 더더욱 그들의 대단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음향과 관련된 산업에서도 그들 유럽 쪽 연구소와 기업들의 입지는 대단하다. 일반적인 대중들은 겉으로 드러난 브랜드에만 집착하지만 그 기저에 녹아들어 있는 미세한 독점 기술은 그네들의 몫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일례로 MP3 코덱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프라운호퍼는 틸&파트너와 같은 회사와 연구 분야에 공조하기도 하며 얼마 전 3D 서라운드 사운드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포맷을 개발했다. 돌비에서 ATMOS 포맷이 개발되었고 이에 유일하게 VS 구도를 펼쳤던 오로3D 라는 3D 서라운드 음향 포맷을 개발한 것은 다름 아닌 벨기에의 갤럭시 스튜디오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음질 음원 서비스에 대한 논의와 향후 마스터플랜에 대한 경쟁구도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리고 역시나 이 분야에서도 선두 자리를 꿰찬 것은 다름 아닌 스웨덴의 타이달(TIDAL)이다. 오디오파일을 중심으로 불길처럼 번져가며 이젠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해지고 있는 무손실 고음질 파일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며 전 세계에 그 배급망을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며 사랑받고 있는 WiMP 는 노르웨이 기업이고 프랑스엔 Qobuz 가 있다. 모두 미국이나 영국 또는 일본도 아닌 모두 유럽에 위치한 기업들이 현재 음악 서비스의 최대 화두인 고음질 스트리밍 시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얼마 전 뮤지션이자 사업가 JAY Z 가 타이탈과 WiMP를 소유하고 있는 Aspiro를 인수하겠다며 천문학적인 액수를 배팅하고 나서기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접한 노르웨이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의 신제품 ECM2 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미 작년에 타이달 서비스를 장착했음은 물론 내부엔 HDD 또는 SSD를 장착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충실한 DAC 이자 스트리밍 네트워크 플레이어이다.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기능은 HDMI 출력을 탑재해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고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내/외장 스토리지를 통한 고음질 재생이 주요 목적인 ECM2 이지만 내/외장 스토리지 또는 NAS 등을 통해 영상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은 ECM2 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클래식 라인업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속이 훤히 비치는 고급스러운 투명 아크릴 패널 안으로 검은색 내부 패널이 비치는 디자인으로 직접 보면 상당히 고급스럽다.
굉장히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통합 미디어 플레이어지만 전면은 스탠바이 버튼과 볼륨 및 네비게이터 등 총 4개 버튼만이 보인다.
하지만 후면을 살펴보면 ECM2 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좌측엔 RCA, XLR 출력이 각각 1개씩 마련되어 있고 옆으로는 토스링크/코엑셜 타입의 디지털 입력단이 각각 2개씩 자리한다.
그 옆으로는 스트리밍에 관련된 단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HDMI 출력 1개, 외장 스토리지 연결을 위한 USB 단이 총 4개, 그리고 네트워킹을 위한 LAN 입력단이 보인다. 그 옆으로는 무선 스트리밍을 위한 WLAN 안테나 커넥터, SPDIF 출력단자가 빼곡하다.
기본적으로 DAC 로서의 ECM2 는 기존의 발매작인 동사의 ECD2 DAC를 거의 그대로 담아낸 모습이다.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의 DAC칩을 채널당 1개씩 듀얼로 사용해 24bit/192kHz PCM 신호는 물론 DSD 음원의 경우 DSD128 (5.6 MHz)까지 재생한다.
재생 가능한 파일 포맷은 WAV/WAVE, MP3, AAC+, Vorbis, AC3, DTS, ALAC, FLAC, APE, WMA 외 DSD 파일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무손실/손실 포맷에 대응한다. 또한 HDMI를 통한 영상 재생은 풀 HD 1080P 까지 처리해 AV 리시버로 출력해주며 MPEG-2, MPEG-4, H.263, MPEG-4 AVC (H.264) 등의 영상파일 재생이 가능하다. 다만 DSD 와 HD 오디오 포맷의 경우 아날로그 출력 또는 SPDIF 로만 출력이 가능하다.
네트워크를 통한 음향과 영상 재생은 기본적으로 UPnP 프로토콜 기반으로 기기 후면의 LAN 포트에 유선 연결을 권장하고 있지만 필요할 경우 안테나를 연결해 WLAN을 활용할 수도 있다. LAN 포트에는 공유기 또는 NAS 등을 연결해 유저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지를 네트워크상에서 불러와 재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본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재생 뿐 아니라 내부에 HDD 또는 SSD를 내장시켜 내부 컨텐츠를 바로 재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품 하단에 드라이브를 장착할 공간을 마련해놓았는데 끼우고 빼기가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한 번 장착하면 단단히 고정된다.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엔 드라이브를 장착 후 모두 포맷한 이후 새롭게 데이터를 받아 사용해야한다. 마치 예전에 많이 사용했었던 디빅스 플레이어 또는 최근의 미디어 플레이어처럼 운용이 가능하다. 적용 가능한 드라이브 디스크는 3.5인치, 2.5인치이며 SATA 인터페이스가 요구된다. NTFS, ExFAT, FAT, EXT4, HFS+ 등 거의 모든 파일시스템에 대응하는 설계로 내장된 팬이 열 방출을 돕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일 이 과정이 불편하다면 외장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외장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또는 메모리스틱 등을 연결해 저장된 컨텐츠를 재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서브 형태로 출시되어 있는 장비들, 예를 들어 국내 티브이로직의 하이파이 브랜드 오렌더(Aurender)를 운용하고 있다면 USB 연결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받아 재생 가능하다. 거의 컴퓨터 같은 운영체계이므로 운용 자체를 상당히 편리한 편이다. 이 외에도 LAN 연결이 되어 있을 경우 수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 등 음성 방송 뿐 아니라 영상이 포함된 컨텐츠도 자유롭게 재생이 가능하며 라이브러리에서 취향에 맞게 그룹별로 나누어 관리해주면서 즐길 수 있도록 상세한 메뉴가 만들어져 있다.
대게 이런 복합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질 이전에 인터페이스에 있다. 천의무봉의 음질을 갖춘 하이엔드 기기더라도 인터페이스는 수 만 원대 컨슈머 프로덕트보다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종류의 미디어 플레이어 제작 경험이 많지 않은 일렉트로콤파니에이기에 약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사실 일렉트로콤파니에의 대표인 미칼(Mikal Dreggevik)은 단순히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대표일 뿐 아니라 10년 이상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전자제품을 생산해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온 웨스트컨트롤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실제로 미칼이 일렉트로콤파니에의 CEO 가 된 후 엄청난 설비 투자와 R&D 가 이루어지면 다양한 라인업에 혁신적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실제로 ECM2 의 인터페이스는 걱정할 필요 없이 상당히 세련되고 편리함까지 갖추었다. ECM2를 제어하는 방법은 총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제품과 함께 동봉되는 리모콘을 가지고 TV 또는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해 세팅 등 여러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사용한 컨트롤이다. 맥 iOS 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기기 모두에서 앱 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다운 후 IP를 입력하면 간단히 사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라이브러리 관리를 위해 ECM2 의 IP 주소를 사용해 웹 브라우저에서 내/외장 스토리지를 관리할 수도 있다.
시청은 B&W 801 와 에이프릴뮤직의 AI700u 인티앰프, 그리고 데논 AVR-4308 등을 활용해 진행했다. 이 외에 소스기기로 오렌더 X100L, 프라이메어 BD32등이 있었고 DAC 로 왕년에 최고의 평가를 얻었던 코드 DAC64 등이 있어 여러 비교도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ECM2 는 음악 재생이 중점적인 기능으로 여기에 내/외장 하드 드라이브 또는 NAS 등을 통한 네트워크 재생 등이 장점이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HDMI 출력을 통해 영상까지 커버하고 있다. 우선 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에 세팅메뉴를 띄우고 여러 세팅과정을 마친 후 내부에 SSD를 장착해 음악과 영상을 담은 후 테스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유기와 랜 접속 후 IP 입력 등 여러 세팅 이후엔 모든 작동을 전용 앱이 EC Remote를 통해 제어했다. SSD 에 내장된 음원과 영화 파일 등이 검색되었다.
Billy Hart Quartet 의 [One is the othere] 앨범 중 ‘Some enchanted Evening' 에선 피아노, 섹소폰, 드럼, 베이스의 인터플레이가 일사분란하게 펼쳐진다. 약간 스산한 분위기에 다채로운 리듬, 그리고 그 위로 피아노, 섹소폰 등이 때로는 전위적으로, 때로는 애잔한 멜로디로 독특한 분위기의 포스트밥 재즈를 들려준다. 콤파니에의 모든 기기들이 그렇듯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투명함과 단단한 표면 텍스쳐 그리고 뚜렷한 골격이 돋보이는 소리다. 한편 중고역 대역의 독특한 밸런스는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만들어지는데 때로는 고혹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Amethyst’ 같은 곳에서는 아방가르드 풍의 리듬파트 연주에서도 늘어지지 않고 타이트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며 특히 리스닝 룸을 가득 메우는 홀 톤이 인상적이다.
Livingston Taylor 의 ‘Isn't She Lovely' 와 Katie Melua 의 [The House] 앨범 중 ‘I'd love to kill you'는 최근 상당히 많이 들어본 곡인데 내장 HDD 또는 외장 스토리지를 통한 출력이 기존에 PC 로부터 USB 출력한 음원보다 더 나은 재생 품질을 보여준다. 정보량이 우선 뛰어나며 특히 저역은 볼륨을 키울 경우 전에 없었던 바닥이 떨리는 깊고 웅장한 스케일을 뽐내 볼륨감 넘치는 소릴 들려주었다. 보컬 음상은 크고 정확하게 맺히는 편으로 상당히 스트레이트하게 감상자에게 호소하는 스타일이다. 단단하면서도 스트레이트하고 웅장한 저역 덕분에 무대 전체 스케일이 굉장히 중후장대하게 표현된다.
이러한 ECM2 의 성향은 대편성 교향곡에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카를 오프(Carl Orff)의 'Carmina Burana'. 리차드 히콕스(Richard Hickox)가 지휘하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샨도스(Chandos) 레코딩은 굉장한 저역 타격감, 기존 DAC 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한 스테이징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마치 앰프를 교체한 듯 한 대역 밸런스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보다는 크고 웅장하게 악곡을 그려나가는 점에서 매크로 다이내믹스 부분에 특장점이 더 많다. 가볍고 밝게 BGM 으로 감상하는 용도가 아니라 음악에 심취해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용도로 적합하다. 요컨대 시시콜콜한 네트웍 또는 서버와는 용도와 목적이 다르다. 진정한 음악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다.
영상 부분도 테스트해보았는데 블루레이 디스크 정도의 퀄리티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일반적인 컨슈머 디빅스 플레이어 등의 퀄리티를 뛰어넘는 준수한 성능의 영상 출력 퀄리티를 보여준다. 아직 한글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막이 필요 없는 뮤직 비디오 또는 공연 영상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 부분에서도 일렉트로 콤파니에의 음성 출력 부분에 특장점이 잘 드러난다. 영상보다는 확실히 음질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 차세대 서라운드 음향까지 처리는 안되지만 웬만한 영상에서의 멀티채널 출력 품질도 준수한 편이며 특히 유투브 영상을 아이패드로 재생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맺으며...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아날로그 앰프와 시디피, DAC 등을 개발, 출시해오며 많은 부분에서 진보해오고 있다. 그리고 현재 트렌드인 미디어 서버, 네트워크 스트리밍 등 음향과 영상 모든 컨텐츠의 파일 재생을 시도했다. 일렉트로콤파니에가 지금까지 이루어온 디지털, 아날로그 설계 기술은 물론이고 이전에는 거의 시도조차 안했던 여러 제반 기술을 처음으로 제품화시킨 것이 ECM2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아직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자잘한 불편한 면들이 보이지만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개선해나간다면 확실히 매력적인 컨셉의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히 음질적인 측면에서 콤파니에의 철학을 짙게 녹아내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이런 제품의 특성상 향후 지속적인 펌웨어 제공과 인터페이스 보강 등의 사후 관리가 가장 큰 관건으로 이것은 전적으로 본사의 의지에 달렸다. 또한 국내에는 아직 런칭되지 않은 WiMP, 타이달(TIDAL) 메뉴가 있는데 어서 팔리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 이후엔 이 제품의 평가가 또 한 번 달라질 것 같다.
리뷰어 평점
음질 ★★★★
디자인 ★★★★
기능 ★★★★☆
편의성 ★★★☆
제품 스펙
Technical specifications ECM 2
No. of balanced analog outputs......................................................................................2
No. of unbalanced analog outputs...................................................................................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