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톨(Atoll)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접했을 때 필자는 하이파이가 아닌 오래 전 좋아했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를 떠올렸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Arachnoid, Ange 등 프랑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아톨(Atoll)이라는 밴드도 일련의 프랑스 팀 중 하나였다. 프랑스어로 ‘환상(環狀) 산호초’라는 의미를 가진 아톨(Atoll)은 영국의 킹 크림슨(King Crimson)과 비슷한 난해한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을 연주했는데 수십분짜리 대곡이 많았고 70년대 활동한 밴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보적이며 실험적인 록음악을 연주해 지금도 당시 프렌치 프로그레시브 록의 역사에서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밑거름이며 원동력이 되는 이러한 창의적이며 진보적인 시도는 아톨(Atoll) 이라는 하이파이 메이커에서도 나타난다. 1997년 스테판 듀뷔렐과 엠마누엘 듀뷔렐이라는 친형제에 의해 시작된 아톨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하이엔드 사운드에 필적하는 사운드를 내주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도가 강했다. 이후 아톨은 현재까지 IN100 같은 인티 외에 프리,파워,CDP 등은 물론 AV 앰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에 걸쳐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톨은 이러한 여러 분야의 제품 라인업을 완성시키면서 하이파이와 멀티채널 앰프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다. 특히 앰프는 아톨 특유의 착하고 순박한 외모와 그에 걸맞는 순수하고 산뜻한 사운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 받은 것은 앰프가 아니라 디지털 기기인 CD200 이었다. 당시 스테레오파일에서는 린(Linn) Majik, 심오디오 Moon Equinox 와 함께 B클래스에 올리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후 아톨은 PC 하이파이에 대응하기 위해 DAC-100과 DAC-200을 연달아 출시하며 디지털 트렌드에 더욱 많은 연구와 마케팅을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아톨은 가격 대비 성능만을 추구하던 과거의 아톨이 아니다. 물론 중,저가 라인업은 여전히 압도적인 가격 대비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플래그쉽 GAMME 시리즈는 그들이 추구하는 미적인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사운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번 지면에서 다룰 DAC-200 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아톨의 축적된 디지털 노하우와 심도 높은 설계 기술이 적용된 최신 DAC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전면 패널을 보면 과거 아톨 제품에서 볼 수 있었던 조금은 얇고 가벼운 패널 디자인을 벗어나 헤어라인이 상당히 고급스럽고 매끈하다. 전편 매널 좌측부터 여러 입력단을 각각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배열되어 있으며 USB 1개, 코엑셜 2개, AES/EBU 1개, 그리고 3개의 옵티컬 입력이 마련되어 있으며 출력은 언밸런스와 밸런스 출력 모두 지원하다. 또한 코엑셜과 옵티컬에 한해 디지털 출력이 있는 점도 특별하며 별도로 제공되는 USB 스틱은 PC 에 연결해 무선으로 음원을 전송할 수도 있다.

우아한 디자인과 프리앰프와 헤드폰 기능 등 최신 디지털 소스기기로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가격대에서 최근 많은 DAC 들이 그러하듯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총 80스텝으로 작동하는 볼륨조절 기능은 파워앰프 또는 엑티브 스피커와의 직결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실재 연결해본 결과 상당히 뛰어난 볼륨 커브를 가진다. 이것은 전면에 마련된 헤드폰 입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풀사이즈의 넉넉한 사이즈에 다양한 입/출력단, 그리고 프리앰프와 헤드폰 기능 등 최신 디지털 소스기기로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없는 모습이다.

디스크리트, 풀 밸런스 아날로그 출력단과 모노럴 전원부 등 뛰어난 회로와 전원부,
그리고 고급 부품의 사용이 눈에 띈다
이 즈음에서 디지털 소스기기는 물론 앰프 등의 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소스기기는 크게 디지털 변환부와 아날로그 출력단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 디지털 입력 및 변환부의 스펙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아날로그 출력단 설계이다. 아톨 DAC-200 은 하위급 DAC-100과 마찬가지로 OP앰프 사용을 배제하고 트랜지스터를 적극 활용해 아날로그 출력단을 디스크리트 회로로 구성했다. 이로써 DAC-200은 음질적으로 가장 뛰어난 풀 밸런스 회로로 완성되었다. 또한 전원부를 보면 또한 입이 벌어질 만큼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양질의 트랜스포머를 채널당 한 개씩 모노로 사용해 풀 밸런스 회로의 장점을 극대화했고, 높은 오디오 퀄리티로 하이엔드 메이커에서 많이 사용하는 MKP 캐피시터가 투입되었다. 훨씬 더 높은 가격대 DAC 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할 것이 없는 아날로그 회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회로를 살펴보면 DA 변환과정에서 PCM1792를 사용해 24bit/192kHz 업샘플링이 가능하며 특히 USB 입력에서는 최근 많은 하이파이 DAC에서 사용하는 XMOS 칩을 적용해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비동기식 USB 입력단 설계를 위해 현재 가장 이상적이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XMOS 회로는 USB 입력에서 24bit/192kHz 까지 입력 범위를 넓혀주는 한편 클럭오차로 인한 지터로부터 자유로와 기존의 어탭티브 방식보다 훨씬 더 또렷한 해상도와 투명한 사운드를 얻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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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살펴본 외관 디자인과 내부 회로는 그 자체로 거의 흠 잡기 어려운 DAC 의 그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외관 디자인과 내부 회로는 그 자체로 거의 흠 잡기 어려운 DAC 의 그것이다.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DSD, DXD 등의 포맷까지 지원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오디오파일이 즐기는 일반적인 PCM 음원의 재생에 있어서는 부족할 것이 없다. 청음은 USB 입력을 사용해 맥미니로 푸바 2000에서 음원을 플레이해 진행했음을 밝힌다. 앰프는 온쿄 분리형, 그리고 스피커는 어셔의 새로운 거함 북쉘프 Dancer Mini-X 가 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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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구석구석 음표가 밀려들어가 흩뿌려지며 적셔지는 순간은 마치 입 안 한가득 물을 머금은 듯 포만감이 느껴진다"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 토드 구스타브센 트리오(Tord Gustavsen Trio) 의 [The Ground] 앨범 중 ‘Being There'를 들어보면 음악을 플레이하자마자 청음 룸을 가득 매우는 토드의 피아노 울림이 풍성하면서 네츄럴하다. 빠르게 어택하고 사라지는 사운드가 아니라 부드럽고 풍만하게 공간을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이다. 타건이 울리면 서스테인지 조금 이어지다가는 이내 길게 릴리즈되면서 공간 전체에 풍부한 하모닉스를 만들어내며 잔잔한 여운을 남기곤 사라진다. 공간의 구석구석 음표가 밀려들어가 흩뿌려지며 적셔지는 순간은 마치 입 안 한가득 물을 머금은 듯 포만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느낌은 단단한 밀도로 압축된 것이 아니라 입력된 신호 그대로의 최대한 윤색되지 않은 네츄럴함으로 나타난다. 마치 약간의 공간의 울림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하다. 긴장된 상태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듣는 느낌이 아니라 아늑한 가운데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소곤 소곤 담소를 나누며 연주를 즐기는 듯 정겹다.

"쓸쓸하고 스산한 가을이 기다려질 정도로 소피 밀먼의 보이스는 가을의 높고 깊은 하늘 빛처럼 진하고 낭만적이다"
캐나다 재즈 보컬리스트 소피 밀먼(Sophie Milman)의 [Take Love Easy] 앨범에서 ‘My One & Only Love'를 들어보면 쓸쓸하고 스산한 가을이 기다려질 정도로 소피 밀먼의 보이스는 가을의 높고 깊은 하늘 빛처럼 진하고 낭만적이다. 음색이 따스하다기 보다는 시원한 타입으로 엔트리급 dac-100보다는 정보량, 뎁스 등에서 두어 단계 이상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특정대역의 과장이나 대역간 마스킹이 없으며 따라서 상당히 안정된 음상과 음조를 표현해주는 편이다. 대역간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특히 고역은 싱그럽고 싱싱해 탁트여 있다. 촉촉하다기 보다는 아삭아삭 거리는 상쾌함이 느껴지고 근음이 확실하게 엑센트를 주면서도 배음이 은은하게 살아나기 때문에 드라이하다던가 억센 느낌은 없다보니 굉장히 네츄럴한 사운드 표현이 매력적이다. 테일링이 지져분하기 않고 깔끔하며 기름기가 쪽 빠져 풋풋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인상적이며 명암 대비는 크지 않지만 대신 약간 밝은 편이다. 워낙 네츄럴하며 음의 진행이 자연스럽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 멜로디, 리듬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며 흥겹다.

"음의 강,약 조절, 스피드의 완급조절이 상당히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아련하게 이어지는 하모닉스가 이른바 코히어런스를 높여준다"
마지막으로 흥겨운 펑키 리듬이 압권인 자미로콰이(Jamiroquai) 의 ‘Virtual Insanity'를 들어보면 너무 넓히거나 좁히지 않은 실사이즈의 현실감 넘치는 스테이징이 펼쳐지면서 음악이 그 무대를 부드럽게 그러나 촘촘히 새겨 넣는다. 정교하고 민첩하게 텐션을 늦추지 않고 계속 밀어 붙이는 경우 청자는 처음 듣기엔 상당히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시간 반복될 경우 음악 듣는 것이 힘들다. 아톨 DAC-200 의 경우 음의 강,약 조절, 스피드의 완급조절이 상당히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아련하게 이어지는 하모닉스가 이른바 코히어런스를 높여준다. 말끝을 흐리는 듯 하지만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예의를 지켜 또박 또박 할 말은 다하고 있는 것이다. 아톨의 앰프나 CDP, DAC 도 들어보았지만 이러한 성향은 동일한데, 아톨은 우아하며 젠틀한 동시에 엑센트를 주어야할 때는 확실히 주고 빠질 때는 슬며시 빠진다. 전체적으로 악기간 분리도, 해상력, 무대의 정위감 등 모두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이다. 그러면서도 네츄럴한 소리가 DAC-200 의 사운드다. 이것이 바로 코히런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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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자유롭게 공존하며 모든 것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믹스한 사운드,
그것이 아톨 DAC-200 이다"
아톨이 야심차게 내놓은 DAC-200을 보고 있자니 같은 프랑스 메이커인 오디오에어로(Audioaero)의 케피톨레(Capitole)가 떠오른다. 물론 진공관을 사용해 좀 더 두텁고 진하며 촉촉한 스타일이지만 그네들만의 사운드에 대한 컨셉, 태도는 많은 공집합을 가지고 있다. 사운드의 표정, 즉 특징을 잡는데 있어 특정한 요소, 예를 들어 음의 순도는 좋지만 해상력을 너무 높여버려 장시간 들으면 귀에 거슬리는 기기가 있다. 한편 이른바 배음이 풍부하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으며 가청 대역, 특히 중역에 충실해 소위 ‘뮤지컬리티’가 뛰어나지만그 반대로 해상력, 정보량, 스테이징 능력이 떨어져 입체감이 없고 사운드의 뎁스가 떨어진다면 그 좋은 장점들이 희석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오디오에어로가 그렇듯 아톨의 중용은 상당히 중요한 미덕이다. 모든 요소들 중 그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하나로 버무려 놓은 인상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자유롭게 공존하며 모든 것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믹스한 사운드, 그것이 아톨 DAC-200 이다.
Specification;
Burr Brown PCM1792 DACs with 24bit/192k upsampling -
129dB dynamic range;
THD+n<0,0004%
1 XLR + 1 RCA outputs. 2 Coax + 1 AES + 3 optical inputs.
1 USB 24bit / 192k port
Symmetrical power transformers for output stages
Output stages with discrete components and no feedback
High technology MKP Capacitors
Serial remote with volume control and sources selection
Front panel with volume control
Digital display of volume level & sources
1,5mm steel chassis; 8mm front panel (black or silver)
Dimensions: 440*280*60 mm
Weight: 4 Kg
CONTACT : 샘에너지
http://www.saem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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